부산에서 길을 걷다 보면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분명 큰 도시인데, 서울처럼 반듯한 구간이 거의 없습니다.
이유는 지형에 있습니다. 부산은 산과 바다 사이에 끼어 있는 도시입니다. 평지가 부족하니 길을 곧게 낼 수가 없습니다. 산을 깎는 대신 산을 따라 돌아갔고, 그래서 도로도 골목도 계단도 전부 휘어 있습니다.
산복도로에 올라가 보면 그게 한눈에 보입니다. 집들이 경사면을 따라 층층이 앉아 있고, 그 사이를 길이 구불구불 지나갑니다. 계획해서 만든 도시가 아니라 지형에 맞춰 자란 도시의 모양입니다.
밤의 다리 위에서 도시를 봅니다
부산에서 이 도시를 가장 잘 보는 방법은 광안대교를 차로 지나는 것입니다. 그것도 밤에.
다리 위에서는 해운대와 광안리의 불빛이 해안선을 따라 길게 휘어져 보입니다. 도시가 직선으로 늘어선 게 아니라 바다를 감싸듯 굽어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됩니다. 차창 밖으로 그 곡선이 천천히 지나갑니다.
부산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대개 장소가 아니라 이 각도를 기억합니다.
부산의 파랑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아침 바다는 회색에 가깝습니다. 낮이 되면 짙은 청색으로 바뀌고, 해가 기울면 잠깐 초록빛이 돕니다. 밤에는 검정이지만, 불빛이 닿는 부분만 밝은 파랑으로 남습니다.
여기에 모래의 베이지가 섞입니다. 부산을 파란 도시라고만 말하면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파랑과 모래색이 맞닿는 그 경계가 이 도시의 색입니다.
그래서 부산에는 이 색을 넣었습니다
코리의 부산 헤어롤은 짙은 바다색에서 시작했습니다. 밝고 산뜻한 하늘색이 아니라, 낮의 바다가 가진 무게 있는 청색입니다.
휘어진 길과 굽은 해안선을 가진 도시라면, 색도 한 번에 정리되지 않는 편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